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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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이 뭐길래.

여름이 다가와 녹음이 짙고 비도 좀 내리고 습해질 때 즈음이면, 스승님과 줄곧 연밭을 다녀왔다. 처음 연밭에 발을 디딘 적은 2015년 여름이다. 서울 촌놈인 나는 널찍하고 키 큰 녹색 연잎이 마냥 신기했다. 그 사이에서 연꽃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그 풍경은 내게 아주 생경했다. 보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곳이 있구나. 당시에 나는 사진에 무척 빠져서 생각을 거치기보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컷 수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 색 보정에도 맛이 들려 있던 참이었다. 스승님은 이미 익숙하신 듯 차분하게 산책하셨다. 가끔씩 찍은 사진을 보여주셨다. 깊이가 보였다. 단순히 깔끔한 프레이밍 덕분일까. 분명 그런 단순한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귀가하고 잽싸게 색 보정을 했다. 원하던 분..

기록 2020.07.19

독서하는 뇌는 없다_『어떻게 읽을 것인가』_고영성 지음

저자는 독아(讀我)부터 엄독(奄讀)까지 이르러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마음가짐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책을 펴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습니다. 시력이 나빠지는 건지 졸린 건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독서하기가 어찌나 지겹고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머리가 나빠서 혹은 굳어서 그런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애시당초 독서하는 뇌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인류는 진화론적 관점으로 언어를 읽고 쓰는데 오래 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인쇄 기술의 발전을 가져온 지 고작 500년이 채 안 됐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 작가님은 아마도 자신의 머리를 탓하는 초보 독서가들의 마음을 예견..

서재 2020.07.13

구름과 예술

보통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산책을 한다. 그러다 예기치 못하게 날이 서는 문장이 머리를 스치고 간다. 뇌는 무언가로 채웠다가 비웠다가를 반복하면 더욱 창의적인 생각이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가 대표 예라 할 수 있겠다. 아인슈타인은 평생 바이올린과 함께 했다고. 이상하게 나도 그런 게 있더라. 바로 샤워와 산책이 그것이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산책을 나갔다. 아니 떠났다고 말하는 게 좋겠다. 생각의 길이만큼 산책하는 시간도 길고 짧다. 의자에 엉덩이를 박아넣고 자격증 공부하기가 힘들었다. 누군가 그랬다. 신체가 닿는 면적이 가장 작을 때 암기력이 가장 좋다고. 그래서 걸은 게다. 오늘부터 장마라고 했는데 먹구름은커녕 하늘이 드리웠다. 몽실몽실한 열기구같은 구름도 두둥..

기록 2020.07.12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것과 블로그에 글을 임시저장하는 것은 자못 다르다. 종종 스쳐지나가는 상념을 붙잡아 두려는 편인데, 스마트폰에 저장한 메모는 왜인지 찾기도 어렵고 미완인 상태가 많다. 케케묵은 메모를 다시 들춰보니 무슨 말인지 도통 눈치채기가 어렵다. 블로그에 임시저장한 글은 최소한 서사가 꿈틀거리고 얼개가 남아있다. 그래서 살을 붙이고 선별한 사진을 차곡차곡 쌓으면 미완은 피한다. 잘 쓰는지는 모른다. 지금은 쓰기(write)의 양을 늘리려고 애쓰는 중이다. 훗날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책으로 인생의 솔직한 단면을 맛보면서 자연스레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무엇을 가져갈 것인지 고민이다. 줄곧 내곁에 남아준 사진이라는 취미다 있고, 최근에 많은 덕을 본 달리기 그리고 독서가 그 나머지를 차..

기록 2020.07.12

과거의 모습도

20대 중후반, 다시금 20대 초반을 돌이켜보면 참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그 당시 나는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도 해본다. 오늘부터 장마라던대 기상청의 소식과 다르게 날씨는 화창했다. 그런 날씨에 이끌려 근처 하천으로 산책을 나왔다. 마침 3년 조금 넘게 쓴 스마트폰 배터리가 지구력이 떨어져서 겸사겸사 서비스센터도 부지런히 다녀왔다. 제법 시간이 흘러서 햇빛도 노릇노릇해졌다. 하천의 가장자리에는 데크가 있고 나무가 그늘막을 만들어 준다. 그런데 아직도 벚꽃의 꽃대가 데크 가장자리에 쌓여 있다. 예애쁜 붉은 빛은 바래지고 자칫 재처럼 시커멓다. 비록 바닥에 쌓이고 말았지만, 본래는 다시 땅에 묻혀 낙화했던 나무로 되돌아 가는 것이겠지. 아, 과거의 볼품없던 내 모습이 풍화되어 결국 지금의 나..

기록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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