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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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생일 선물_수유 카페 키치(Kitsch)

오랜만에 내 안식처를 찾아갔다. 이게 벌써 몇 주만인가. 체감상 며칠 밖에 안 된 것 같았다. 사장님은 마스크 넘어 반가운 눈웃음으로 맞이해 주셨다. 눈이 입을 대신해 안부를 나눴다. 익숙한 멜로디가 한쪽 어깨를 쓸어내려 주고 실패 없는 디저트와 음료가 반대쪽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방문만으로도 위안이고 기쁨인데, 사장님은 집가는 길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셨다. 생일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 탁 트인 우이천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 포장지를 열어보니 감동이 있었고 감동 안에는 또 감동이 있었다. (진짜 열자마자 헤엑 하고 놀랐다.) 돌아갈 곳이 있으며 언제나 알아봐 주고 맞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그리고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진심으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

카페 2020.08.11

쿄드로잉 작가님 전시를 보고서_수유 카페 키치(Kitsch)

'나'는 나를 이끄는 것들을 수집함으로써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이 행동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그리고 색color일 수도 있다. 주로 눈을 통한 감각을 익혔던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조금은 알았다. 생각보다 내 눈과 손이 내 자신을 잘 표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림은 사진보다 더하고 빼기가 더 분명하다. 그림은 내가 무엇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인지 사진보다 친절하게 속삭여주는 힌트같다. 내가 고른 색의 물감을 손가락 한 마디로 묻혀보는 행위에서도 느꼈다. 손가락 한 마디는 내게 여러 마디의 말을 걸어왔다. 같은 카메라를 쓴다고 해서 같은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같은 도구를 쓴다고 해서 같은 그림은 더더욱 나오지 않는다. 벌써 두 번째 작가님이 전시를 마치고 다녀가셨다. 운이 좋게도 두 분 ..

전시 2020.08.11

수유 카페 키치(Kitsch)_전시를 만나볼 수 있는 곳_두 번째 전시 : 쿄 드로잉 작가님

내가 사랑하는 카페에서 쿄드로잉 작가님의 명함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 아크릴 물감을 손으로 직접 문지르고 덧칠하는 작업이다. 나는 앞으로 꾸려갈 작업을 위해 명함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물감이라니 윽 긴장되고 망할까봐 겁이났다. 함께 참여한 친구도 조심스런 모습이다. 이윽고 작가님이, 저번에 찍어올린 내 사진에 감사하다고 전해오셨다. 쑥스럽고 부끄러웠지만 그덕분에 분위기는 부드러워졌다. 물감을 슥슥 칠하는 나와 친구의 모습은 마치 유치원생 같았다. 주제는 조화와 변화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사이에도 무수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데 이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포용하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그리고 이전부터 나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색을 넣었다. 시간에 따라 나를 말하는 색이 변화했었다. 이렇게 완성해 보니 또다른 나를..

전시 2020.08.11

수유 카페 키치(Kitsch)_머무는 사람으로 완성하는 곳

뚤려 있는 한 공간인데도 각 섹션마다 각기 다른 소설을 펼쳐 놓은 느낌이다. 곳곳에 취향의 흔적이 보인다. 데스크와 의자는 물론 무심하게 펼쳐진 책, 툭 붙여진 그림, 이 공간을 메우는 오브젝트는 존재하지 않았던 조합으로 다른 하나의 장르로 다가온다.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느낌을 전달해 온다. kitsch, 카페 이름에 걸맞는 곳이다. 정말 잘 만든 건축과 공간은 비우면서 채운다고 했나. 이곳에서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친구들과 수다를 떨든, 머무는 사람에 따라 공간이 전달하는 느낌도 다른 것 같다. 누군가에게 작업실이 되기도 하고 어릴 적에 뛰놀던 다락방 같기도 한 곳.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김홍비(@kimhongbi)님의 공유 게시물님, 2020 1월 22 1..

카페 2020.08.11

수유 카페 키치(Kitsch)_누구나 공감할 첫인상

어쩌다 알게 된 카페라고 하기엔 너무 충격적으로 좋다. 지도에 알려진 위치를 보고선 정말 여기가 맞는지 의심했다. 여기에 카페가 있다고?? 정말?? 수유에 이런 곳이?? 나만 알고 싶은 인디밴드처럼 감춰두고 싶은 보금자리다. 생각도 정리할 겸, 마침 집 근처라 가볍게 길을 나섰다. 종로 3가 익선동을 우연히 방문할 적이 떠오른다.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일찍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데 친구가 너무 늦어버리는 바람에 한 바퀴 돌자고 마음먹었다. 비가 오던 때라 귀찮았지만 나름 운치가 있어 걸음을 뗐다. 골목을 지나다 아름답게 빛나는 동화 같은 골목이 보이는 게 아닌가? 아니 무슨 고기 골목 건너에 이런 곳이 있나 했다. 을지로 카페는 대놓고 여기가 카페요 라고 알리지 않는다. 기대하지 않은 아름다움, 예기치 않..

카페 202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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