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기록 32

"매크로 렌즈를 좋아하세요?"

얼마 전 그려오네 작가님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첫 번째 전시를 무사히 마치시고 카메라를 따로 장만하고 싶으시다고 의뢰하셔서 남대문을 찾았다. 그곳엔 내 단골샵이 있어서 이미 예산에 맞는 카메라를 알아뒀다. 작가님은 접사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대부분 브랜드의 번들렌즈는 어느 정도 성능이 받춰주고 최소 초점거리가 짧은 편이라 웬만큼 간이 접사가 된다. 이런 점이 작가님에게 잘 들어맞아 소니 a6000으로 결정했다.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카메라를 사용해볼 겸 카페로 향했다. 내가 카메라를 산 것도 아닌데 설레었다. 처음 카메라를 구입했을 당시를 회상했기 때문이다. 스무살에 남대문에서 발품을 팔았던 기억이 선하다. 첫 카메라로 5D와 60D 사이에 고민했다. 결국 5D를 선택했다. 작가님은 내게..

기록 2020.10.04

전시 읽기는 선물 주고 받기다_그려오네 작가님 첫 번째 전시

상대의 표현을 읽고 있노라면 상대의 언어가 어느새 내게로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보슬비처럼 오다가 어깨를 적신다. 보고 경험한 그림은 머리와 가슴에 남는다. 완벽한 상으로 맺히지는 않지만 최소한 자국을 남긴다. 자신을 그리는 문양이자 하나의 선(stroke)이 된다. 그림자에 적힌 글씨가 보인다. 어쩌면 마음 깊숙이 남겨진 말일 수도,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말일 수도. 양서처럼 완성도 높은 일기가 어디있나. 그냥 적어 내려 가는 것이 일기 아닌가. 무심코 그은 저 선이 내게 와 닿는다. 카페 키치에서 첫 번째 전시를 결심한 그려오네 작가님. 좋은 인연으로 만나뵙고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 작가님의 그림은 감상자에게 말을 건네오는 느낌을 준다. 일반적인 그림을 벗어난 양식도 한몫한다. 그림의 군데군데 비어..

기록 2020.10.03

내 고향 후암동

가족과 함께 내 고향 후암동을 찾았다. 남산의 남서쪽으로 흐르는 자락에 나의 탄생과 어릴 적 추억이 묻혀있다. 족히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지라 몇 동에만 살림이 남아있다. "민간인이세요?" 경비원이 낯선 물음을 던진다. 이곳은 '군인아파트'단지다. 추억이 특별한 이유다. 아버지는 꺾은 단무지 3개, 상사로 복무하실 적이었다. 아침잠에 깨어 부대로 출근하시는 아빠의 뒤꽁무니를 몰래 쫓은 일이 아직도 선명하다. 숨어서 쳐다 본 철조망 너머엔 견인포 같은 게 있었다. 언젠가 나를 번쩍 들어 전차의 갑판 위에 올려놓으신 적도 기억이 난다. 필연인가, 나는 K9 자주포 조종수로 전역했다. 아버지 주특기 따라 2년 동안 공구도 만지고 기름도 묻혀봤다. 동생이 폴라로이드를 챙긴 덕에 옛 기억을 옛스런 사진으로 남길..

기록 2020.09.27

반성이 가져다주는 설득의 힘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곳 없네 바람만 불면 그 매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곳 없네 - (조성모), 2.5집 《Classic》 (2000년) (원곡 : (시..

기록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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