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기록

내 고향 후암동

몽비, 2020. 9. 27. 21:12

가족과 함께 내 고향 후암동을 찾았다. 남산의 남서쪽으로 흐르는 자락에 나의 탄생과 어릴 적 추억이 묻혀있다. 족히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지라 몇 동에만 살림이 남아있다.

"민간인이세요?"
경비원이 낯선 물음을 던진다.

이곳은 '군인아파트'단지다. 추억이 특별한 이유다. 아버지는 꺾은 단무지 3개, 상사로 복무하실 적이었다. 아침잠에 깨어 부대로 출근하시는 아빠의 뒤꽁무니를 몰래 쫓은 일이 아직도 선명하다. 숨어서 쳐다 본 철조망 너머엔 견인포 같은 게 있었다. 언젠가 나를 번쩍 들어 전차의 갑판 위에 올려놓으신 적도 기억이 난다. 필연인가, 나는 K9 자주포 조종수로 전역했다. 아버지 주특기 따라 2년 동안 공구도 만지고 기름도 묻혀봤다.


동생이 폴라로이드를 챙긴 덕에 옛 기억을 옛스런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나도 왠지 선명한 사진으로 남기기 싫었다. 굳이 폴라로이드 뷰파인더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댄 이유다. 25년 전 공기가 그대로 필름에 스며들었다. 추억의 상이 맺힌다.

짧았던 방문이었지만 긴 세월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별한 일요일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