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기록 32

감정이 빛이라면_만남, 만담

너무 가까이 마주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마치 잠에서 깨어나 커튼을 젖힐 때처럼 뜻하지 않은 광선이 눈으로 자비 없이 들이닥치는 것과 같다. 미간끼리 부딪히고 순간 주변이 모두 허연 빙판으로 가득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테다. 함부로 발을 내딛었다간 다치기 일쑤다. 그러나 한 발 두 발 물러서 그늘로 들어가 한숨돌리고 나면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그 사람의, 무수한 이야기와 맥락이 드리우곤 해서 매운 겨울은 달아나고 따듯한 봄이 포옹 안겨준다. 그렇게 감정은 휘발되고 오해는 눈녹듯 사라진다. 정제된 관계가 남는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누구도 그러한 계절을 피할 수 없다. 결코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계절에 맞춰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차가운 대지에서 봄이 오는 새싹..

기록 2020.09.20

돈화문 나들이-서울돈화문국악당_촬영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이틀에 걸쳐 사진 촬영을 맡았다. '돈화문 나들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각기 다른 분야의 선생님이 돈화문 일대를 거닐며 읊어주시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에 첫발을 딛고 익선동으로 뻗는 골목을 누볐다. 짧다면 짧은 돈화문 거리는 미처 살피지 못한 오밀조밀 각양각색의 역사가 스며 있었다. 그동안 익선동을 찾은 이유는 단순히 한옥으로 빚은 아름다움 하나 때문이었다. 종로 3가를 거닌 이유는 거진 135mm 필름을 구매하러 왔기 때문이었다. 월요일 화요일 비록 선생님 두 분의 이야기를 주워들은 것뿐이지만 새로운 시선이 생긴 것 같다. 종묘와 창덕궁, 창경궁을 자주 활보하는 사람으로서 값진 경험이었다. 오늘로서 일을 마치고 PD님에게 즐거웠다는 인사를 남기고 발걸음을 옮..

기록 2020.09.20

"우와, 오늘은 날씨가 맑아!"

2020년도의 장마는 54일로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태풍이 연달아 올라온 바람에 맑게 갠 날씨를 맞이하기 어려워졌다. 아점을 먹고 있는 동생이 이렇게 날씨를 반긴다. "우와, 오늘은 날씨가 맑아!" 통상 '오늘은 날씨가 흐리네'라고 짧은 원망에 그치는데, 맑은 날씨가 워낙에 드문 탓에 날씨를 반기는 감탄사가 웃프게 되어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일상이 무너지는 느낌마저 든다. 언제쯤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는지.

기록 2020.08.31

잠시 책을 내려놓아야 할 때, 글쓰기를 멈추어야 할 때.

어느 날, 나 자신을 돌보기보다 독서가 앞서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훗날 내가 원하는 '나'가 목적이고 독서는 수단(방법)이어야 하는데 어째 책을 읽는 것이 목적으로 뒤바뀐 느낌이 들었다. 독서와 한 몸인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쓰기가 자신을 앞서 나는 없고 오로지 쓰기만 남아서는 안 된다. 내가 없는 독서와 쓰기는 공허할 뿐이다. 그러니까 나를 먼저 살펴야 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가.', '나중에 내가 원하는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 답을 붙여보고 살펴보고 돌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읽기와 쓰기 간에 비율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것 또한 나를 살피면서 알 수 있다. '아, 이 정도 읽었으면 쓰기에 집중해야겠다.', '아,..

기록 2020.08.31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_다양성과 아름다운 사회.

타인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이해할 법한 말입니다. 마치 우리 사회를 살아가며 마땅히 지키는 도리, 규범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존중과 인정은 입에 오르내리기가 참 쉬운데 비해 이해의 깊이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머리로 알고 있지만 언행으로 이어지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위와 같은 일은 일상에서 종종 마주칩니다. 부모는 자식을 이해 못하고 자식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선배는 후배를 이해하지 못하고 후배는 선배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다못해 저 친구는 옷을 왜 저렇게 입는 것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합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해하기를 포기한달까요. 마치, 방청소를 주기적으로 해야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는 것처럼요. 본격 SNS 시대를 맞이하..

기록 20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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