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기록 32

노을

노을이 깔리는 풍경은 시선이 오래 머문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화분도 특별한 존재가 된다. 생기가 돋는다. 더불어 생각이 피어오른다. 붉게 타오르는 것은 무엇이든 옮겨붙는 것이어서 사람의 마음까지 날뛰게 만드나보다. 어딘가 모르게 이끌리는 장면이 있다. 시선이 오래 머무는 만큼 이왕 사진을 남긴 후에 생각을 적어본다. 이렇듯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것들에게서 열정을 되찾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하고,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시선이 오래 머무는 이유가 있다.

기록 2020.11.15

메마른 글, 생기 돋는 글_스승님과 알뜰살뜰 말글살이

나의 글은 어느새 메말라 있었다.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이 되려 글쓰기에 악영향을 미쳤다. 사회과학 서적만 열심히 들여다본 것이 그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번역서로, 짜임새 있는 정보였지 살아 있는 글은 아니었던 것이다. 내 말글살이에 물을 주고 있는 줄 알았으나 오히려 해를 가하고 있었다. 표현은 보고 듣고 소화한 만큼 배출되는데, 나도 어느새 건조한 문체로 글을 쓰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어떻게 하면 글에 생기가 돋을까 거듭 고민했다. 절실했다. 고민을 방치하지 않고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차근차근 해결하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달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독서모임을 가졌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2012, 마로니에북스) 전 권을 스무 개월에 걸쳐 읽기로 계획했다. 독서모..

기록 2020.11.02

찬란했던 가을_수원 화성에서 사진 산책

스승님과 선배님이랑 찬란한 가을을 나란히 거닐었다. 사람들은 수원 화성의 성곽을 안팎으로 늘비해 있다. 마음이 흔들리고 설레는 것이 나만 그런가 하고 바깥을 살피러 나온 기색이다.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었거니와 올록볼록, 표정이 솟아 있다. 다람쥐가 양볼에 도토리를 쑤셔넣는 얼굴처럼 행복해 보인다. 수원 시민의 미소는 서울의 것과 달라보였다. 제각기 다른 걸음으로 산책하는 이유는 삶의 중심이 제각기 다른 까닭일 테다. 위태로우면 빠른 걸음, 평화로우면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줄타기와 삶이 다르지 않다. 오늘은 느린 걸음, 차분한 심호흡 같은 걸음으로 흘러들어오는 가을을 느꼈다. 스승님과 선배님, 다른 삶을 살아가도 사진만큼은 내려놓지 않았기 때문일까. 오래 기억될 만한 출사였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붕어..

기록 2020.11.02

대화는 미래를 빚는다.

하늘에서 가을 냄새가 내려왔다. 맑고 상쾌한 주말이었다. 파아랗고 뚜렷한 하늘 때문에 낙서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캔버스처럼 텅빈 가을 하늘이었다. 뛰기에도 좋은 날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고등학교 친구와 우리 동네에서 함께 달리기로 했다. 친구랑 발을 굴려본 지 7, 8년 전이니까 꽤 오래된 셈이다. 달리기는 세월이 쌓은 어색함을 털어내기에 좋았다. 기분전환은 덤이었다. 왕복 8km정도 달렸다. 보통 걸음으로 14,000보 정도 되는 긴 코스를 달릴 동안 양쪽 다리는 열심히 교차했다. 발걸음이 마르지 않았다. 서로의 안부도 끊임없이 오고갔다. 입도 마를 줄 몰랐다. 대화는 무르익어 갔다. 이야기 보따리 가장 바깥에 있는 근황은 다 꺼내고 속 얘기를 주고 받았다. 머리가 주뼛 서기도 했다. 체육교육..

기록 2020.10.25

낙산의 부냥들.

낙산에 길냥이들이 이렇게 많았나? 수가 많은 만큼 길냥이들마다 성격이 천차만별이다. 큰 줄기로 길냥이와 개냥이로 나뉜다. 관심을 주든지 말든지 자기 할 일에 집중하는 길냥이가 있는 반면 놀아달라고 졸라대는 개냥이가 있다. 처음 마주친 길냥이는 오리지날 찐냥이. 둘이 노는 것 같지는 않다. 서로 성별이 다르고 입장이 달라 보인다. 나이도 조금 있는지 의젓한대 가까이 다가가도 별 반응이 없다. 쫄보는 아닌 듯. 그래도 이 친구는 눈치는 좀 보는데 무심한 성격은 마찬가지. 밥그릇 뺏으면 그대로 펀치를 날릴 것 같다. 째려보기 보소. 성곽길을 따라 한성대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개냥이들이 많았다. 한 부녀가 개냥이 한 마리씩 데리고 놀고 있었다. 꼬마는 아예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고 있고 아빠는 앉아서 꽁냥꽁냥..

기록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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