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기록

잠시 책을 내려놓아야 할 때, 글쓰기를 멈추어야 할 때.

몽비, 2020. 8. 31. 21:33

어느 날, 나 자신을 돌보기보다 독서가 앞서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훗날 내가 원하는 '나'가 목적이고 독서는 수단(방법)이어야 하는데 어째 책을 읽는 것이 목적으로 뒤바뀐 느낌이 들었다. 독서와 한 몸인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쓰기가 자신을 앞서 나는 없고 오로지 쓰기만 남아서는 안 된다. 내가 없는 독서와 쓰기는 공허할 뿐이다.

 

그러니까 나를 먼저 살펴야 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가.', '나중에 내가 원하는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 답을 붙여보고 살펴보고 돌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읽기와 쓰기 간에 비율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것 또한 나를 살피면서 알 수 있다. '아, 이 정도 읽었으면 쓰기에 집중해야겠다.', '아, 아직 갖고 있는 지식이 부족하구나. 더 읽을 필요가 있겠다.' 이 글도 그런 성찰로 쓰였다. 나의 의중이 어떻게 대답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보자.

 

이쯤 되면 타인에게 독서를 밀어붙이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다. 독서와 글쓰기는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려 독서와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하라고 부추기면 더 하기 싫은 법이다. 추천 정도에 그쳐야 한다. 상대방이 요청하지 않는 이상 독서 권유는 상대의 입장을 한 번 더 곱씹을 필요가 있다. 실천하는 깨달음은 스스로 얻어야 한다. 설득은 참으로 까다롭다.

 

독서와 글쓰기는 삶과 공생한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지 않은 사람 하나 없을 것이다. 말은 읽기와 쓰기의 끈끈한 동료다. 서로를 돕는다. 누구 하나 빠지면 버벅거리고 문제가 생긴다. 말을 하면 읽기와 쓰기는 더 단단해진다. 기억에 더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


스승님은 언제 이런 경험을 하셨을까 문득 궁금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을 적에 이미 말씀을 하셨다. 30대에 접어들었을 쯤 잠깐 절독을 하셨다고 한다. 아마 내가 느끼는 바와 비슷한 맥락이라 예상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야 손톱만큼 깨닫는다.

 

다른 선생님들은 어떤 이야기를 남기셨을까. 다시금 서재를 뒤저 책을 편다.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을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재주가 아니라 삶으로 글을 쓴다고 말한다. 시사평론과 칼럼, 논술문과 생활 글은 더 그렇다. 은유와 상징이 아니라 사실과 논리로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 저절로 글이 된다. 그 감정과 생각이 공감을 얻을 경우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 길(2015), p260-261

 

'…1,000권을 읽어도 자기 것이 만들어지지 않는 독서는 의미가 없다. 한 문장, 한 꼭지를 읽어도 음미함으로써 자기 것을 챙겨라. 글을 읽으면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깨달았는지 짚어봐야 한다. 그런 게 하나도 없으면 찾을 때까지 읽기를 멈추는 게 좋다. 시간 들여 읽었으면 본전을 찾아야 한다. 들인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우리는 남의 것을 읽으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남의 글에 감동하고 설득당하려고 이 세상에 오지 않았다. 글로써 남에게 영향을 미치고 도움을 주며 자기 나름의 역할을 하기 위해 왔다. 읽는 이유는 쓰기 위해서다.'

- 강원국, 『나는 말하듯이 쓴다』, 위즈덤하우스(2020), p177

 

당연하다시피 훑고 지나간 내용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잠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째, 지식을 쌓는 데에만 집중했다. 내 것으로 만들기에 소홀했다. 배경 지식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식은 쌓아두기보다 써먹어야 한다. 지식은 장식품이기보다 제품인 게 낫다.

둘째, 읽기와 쓰기에만 집중했다. 코로나19로 삶이 잠시 멈춘 까닭인지 읽기도, 쓰기도 잠시 버퍼링이 걸렸다. 자연스러운 일이니 두고 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조급해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부단히 읽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부지런히 써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겠다고 용기를 내 본다.

'멋진 문장을 구사한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다. 읽는 사람이 글쓴이의 마음과 생각을 느끼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써야 잘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표현할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을 내면에 쌓아야 하고, 그것을 실감 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_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 길(2015), 표지글

2020/08/15 - [서재] - 『나는 말하듯이 쓴다』첫인상_강원국 지음

 

『나는 말하듯이 쓴다』첫인상_강원국 지음

이 책과 인연을 맺기로 결심한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나도 말하기보다 줄곧 들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에 이미 공감했다. 둘째, 이미 말하듯 쓰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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