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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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_다양성과 아름다운 사회.

몽비, 2020. 8. 9. 11:40

타인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이해할 법한 말입니다. 마치 우리 사회를 살아가며 마땅히 지키는 도리, 규범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존중과 인정은 입에 오르내리기가 참 쉬운데 비해 이해의 깊이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머리로 알고 있지만 언행으로 이어지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위와 같은 일은 일상에서 종종 마주칩니다. 부모는 자식을 이해 못하고 자식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선배는 후배를 이해하지 못하고 후배는 선배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다못해 저 친구는 옷을 왜 저렇게 입는 것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합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해하기를 포기한달까요. 마치, 방청소를 주기적으로 해야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는 것처럼요.

 

본격 SNS 시대를 맞이하는 인간의 생태계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별하게도 의식이란 걸 가진 인간이라는 동물은 때때로 다양성을 훼손하곤 합니다. 이제 한 손에 잡히는 조그마한 단말기로 말 한마디 나눠보지 못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싹틉니다. 의식과 의식이 부닥치기 시작했거든요.

 

'우리가 불안감에 몸부림치는 이유는 자신의 이면을 다른 사람들의 가장 멋진 모습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_스티븐 퍼틱(Steven Furtick)

 

기술이 변하면 감정의 양상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인간의 분노, 허영심은 비대면 매체를 타고 쉽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또, 하나의 양식이 잉태하면 그것을 따라 구매하고 차려입고 생각해야 안심이 됩니다. 자의식이 왜곡되거나 나의 진정한 의식은 무엇인지 알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인간의 다양성을 표방하던 매체가 오히려 다양성을 해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반성을 해 봅니다.

 

근래에 저는 읽고 생각하는 양이 많아 입을 여는 시간이 길어지고야 말았습니다. 대화는 오고 가는 것인데 신경 쓰지 못한 사이에 가는 말의 양이 더 많아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나도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구나. 내 의식을 드러내기만 힘을 썼던 거구나. 경청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렇듯 인터넷에서 자기 목소리만 높이기 십상입니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자는 메시지가 나만 소중하게 여기자는 풍조로 변해버린 건 아닌지 고민해 봅니다. SNS에서 누구도 당신을 혼내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기적인 자아를 마구 꺼내 써도 말리는 사람 하나 없을 겁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하지만 저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겁니다. 다양성이 좋아서 편해서 추구하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그 사회가 훌륭하고 건강하고 튼튼한 사회가 되는 겁니다."_최재천

 

 

머리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쯤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다양성을 포용하는 행동은 아무나 할 수는 없습니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실제로 걷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시대가 변하면 대세도 달라집니다. 그러나 흐름을 인지하기와 직접 경험하기는 선택입니다. 결코 그 흐름이 도래했다고 해서 강요한다면 맥락이 무시되고 다양성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야, 요즘 이게 맞아. 이게 자연스러운 거지!"라는 말을 상대에게 무심코 꺼낸 적은 없을까요. 무엇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문화도, 사람도 다양할수록 사회가 건강합니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합니다. 자연스럽다고 내비친 표현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음표 하나로는 훌륭한 악보를 얻을 수 없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도 없습니다.

 

 

 

"보다 많은 다양성을 품어야 그 사회가 점점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됩니다."_최재천

『통섭의 식탁』, 최재천 지음

 


출처 : 유튜브, '세바시 강연 Sebasi Talk'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 인류 미래 자연 다양성 | 세바시 1176회> youtu.be/Y-eOebKk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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