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기록

대화는 미래를 빚는다.

몽비, 2020. 10. 25. 23:02

하늘에서 가을 냄새가 내려왔다. 맑고 상쾌한 주말이었다. 파아랗고 뚜렷한 하늘 때문에 낙서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캔버스처럼 텅빈 가을 하늘이었다.

뛰기에도 좋은 날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고등학교 친구와 우리 동네에서 함께 달리기로 했다. 친구랑 발을 굴려본 지 7, 8년 전이니까 꽤 오래된 셈이다. 달리기는 세월이 쌓은 어색함을 털어내기에 좋았다. 기분전환은 덤이었다.
왕복 8km정도 달렸다. 보통 걸음으로 14,000보 정도 되는 긴 코스를 달릴 동안 양쪽 다리는 열심히 교차했다. 발걸음이 마르지 않았다. 서로의 안부도 끊임없이 오고갔다. 입도 마를 줄 몰랐다.

대화는 무르익어 갔다. 이야기 보따리 가장 바깥에 있는 근황은 다 꺼내고 속 얘기를 주고 받았다. 머리가 주뼛 서기도 했다. 체육교육 전공인 학생과 광고홍보학 전공인 학생이 비슷한 계기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았으니 말이다. 친구는 취미로 스페인어를 공부해 왔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풍부한 경험으로 강의를 열어 현재 활동 중이다. 그로 인해 여러 가지 기회도 얻고 사람도 얻었다. 친구는 대가를 바라지 않은 순수한 도전이 얼마나 다양한 보상으로 돌아오는지 알고 있었다. 친구는 올해 마지막 학기를 마칠 채비를 하면서 연이은 도전을 꿈꾸고 있다. 올 겨울에 준비하고 이듬해 초봄에 꽃을 피울 예정이다. 친구가 뿜어내는 특유의 긍정 아우라는 덩달아 꿈을 꾸게 했다. 나는 어느새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오고가는 대화는 흥겨운 미래로 빚어지고 있었다.
배고픔이 보채서 시계를 확인해 보니 벌써 오후 5시 반이었다. 오전 10시에 만났으니까 7시간 넘게 떠든 것이다. 땅거미가 지고 달이 차올랐다.

오늘 떠오른 달은 유난히 선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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