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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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나는 말하듯이 쓴다』첫인상_강원국 지음

몽비, 2020. 8. 15. 17:50

 

이 책과 인연을 맺기로 결심한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나도 말하기보다 줄곧 들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에 이미 공감했다. 둘째, 이미 말하듯 쓰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접하고 우리말 쓰기에 더욱 정성을 들였다. 내가 쓴 글에 섞인 일본식 토씨와 중국말을 골라내는데 신경 써 왔다. 우리말 글쓰기에 앞장 서신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 쓰기』 일부 내용과 강주헌 번역가 선생님의 《국어다운 번역을 위하여》를 곁에 두고 공부했다. 셋째, 언어의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뇌에서 출력한다. 혀와 손은 머리가 통제한다. 정신이 언어를 대변하고 다시 언어가 정신을 다스린다. 민족정신의 표상이기도 하다. 한 언어학자의 명언으로 말하기와 글쓰기에 무게를 느꼈다.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가 지닌 세상의 한계다."_비트겐슈타인. 그래서 이 책을 마땅히 집어 들었다. 나와 공통점이 많아 첫인상이 좋았다.

 

나가는 글을 덮고 생각해 본다. 이 책의 첫인상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겸손, 배려, 격려로 묶어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자는 일독을 끝낸 후 책의 맨 앞장에 첫 문장을 돌아본다고 한다. 나는 제목에 눈이 간다. 표지가 맨 앞장이니까.

 

1.겸손

처음은 '말하듯이'에 시선이 꽂혔다. 책을 덮고 보니 '나는'에 시선이 멈춘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지식은 없다. 분명한 사실만 존재할 뿐이다. 어찌 보면 작가가 겸손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 생각이 든다. "내 글쓰기 방법이 최고야!"를 외치는 게 아니다. 이야기로 설득하신다. 부제가 '강원국'의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법이 아닌가. 자신감과 겸손이 섞여 있다.

이를 잘 보여주듯 글이 모나지 않고 읽는 맛이 까끌거리지 않다. 문장은 박자감 있게 탁탁 끊기며 동시에 행간은 부드럽게 읽힌다. 글쓰기 고수일수록 '첫째, 둘째' 끊어 쓴다고 했나, 정보가 정갈한데도 가볍지 않고 오히려 내공의 깊이가 느껴진다.

 

2. 배려

벌써 네 번째 출간된 글쓰기 책이다. 전작의 힘을 빌려 가볍게 쓴 책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조에 힘이 들어감을 느낀다. 말하기 시장으로 뛰어드셨다고 들어가는 글에서 고백하셨다. 유튜브 영상까지 도전하시기에 이 책으로 출사표를 내신 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강원국 특유의 재치가 빠지진 않았다. 자랑에 절제가 있고 유머가 스며 있다. 맺는말에 정의로운 목소리와 부드러운 비판을 남겨 놓으신다.

 

글쓰기의 여러 당위성을 '우리 뇌가 그렇다.'로 흘려 전해 주신다. 뇌과학 서적을 이미 접한 나로서 충분히 공감했다. 길게 설명해도 알아들었을 거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녹여내고 흐름을 끊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배려를 심어 놓았구나 싶었다. 생선 가시를 발라 밥숟가락 위에 올려주는 아빠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른 글쓰기 내용은 몸소(과민성 대장증후군) 증명하신 결과이기도 하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거짓 없이 몸으로 쓰셨다.

 

3. 격려

글쓰기와 말하기에 필요한 소양과 에피소드는 각 장의 보라색 종이에 분리하여 쓰셨다. 근래에 들어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독서한 까닭에 익숙한 대목이 종종 눈에 띄었다. 아니, 말하기와 글쓰기에 관해 쓰시기로 하셨는데 대인관계까지 저술하시다니, 이건 반칙이다. 그만큼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이다. 훌륭한 사람의 생각은 비슷한가 보다. 전작 『대통령의 글쓰기』가 이야기 중심, 깨달음 덧붙임 형식이라면, 『나는 말하듯이 쓴다』는 핵심 내용 중심, 이야기 덧붙임 형식이다. 삶의 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느낀다. 어떤 형식이든 좋다. 이미 팬이 됐나 보다.

 

역시나 핵심은 지식의 내재화에 있다. 저자는 이 점을 잘 알기에 글쓰기 방법과 교훈을 명확하게 열거한다. 격려하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나만의 모듈, 퇴고 목록과 오답노트를 갖추기로 마음 먹었다. 어떻게 글쓰기를 대해야 할지 목표와 기준이 생겼다.

 

이 책은 분명 '강원국'의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법이다. 하지만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직접 말해 보아야 하고 부단히 적어야 한다. 내용을 숙달하고 나의 말과 글에 적용한다면 '홍길동'의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법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그리하여 제목에서 칭하는 '나'는 본인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저자가 직접 응원하고 격려한다. "지금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은 이미 그런 사람이다."


2020/07/06 - [서재] - #7days7covers 3일째_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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