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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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처음 들이켠 에스프레소_인턴 3개월을 마치는 자리에서_feat. 『일취월장』(고영성, 신영준 지음)

몽비, 2020. 8. 5. 13:10

벌써 3개월이 흘렀다.

작년에 광고주로 계셨던 대표님께서 제의를 주셔 시작한 업무가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다. 엑셀로 실제 업무를 담당하고 전략을 도출해 보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2019 온광협에서 맛본 지식과 학교 전공과목인 조사방법론의 도움이 컸다. 회사는 날로 성장했으나, 나는 그렇지 못한 기분이었다. 인턴으로서 대표님과 마지막 점심 식사를 앞두고 무엇을 여쭐지 고민했다. 반성하고 성장하자는 의미에서 각오를 다졌다.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대표님은 에스프레소를 드신다고 했다. 나도 왠지 당겨서 2잔을 주문했다. 쓴 맛을 보기로 한 것이다. 담소를 나누었으니 본격 피드백을 여쭐 차례였다. 용기 내어 대표님께 나의 인턴으로서 3개월 간 모습을 물었다.

 

정리하자면 3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대표와 실무자의 입장

2. 일을 대하는 태도

3. 예상치 못한 변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만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3번은 운처럼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1, 2번에 집중했다. 대표의 자리란 무엇일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마침 대표님은 결정권자로서 일을 바라보는 실무자에 관한 생각을 들려주셨다. 1번을 풀어 얘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 결정권자는 일을 맡길 때 직원이 얼마나 일을 그르칠지에 대해서도 가늠하고 맡긴다.

- 실무자는 대표보다 해당 분야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실무자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결정권자가 부재 시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여럿 생긴다.

- 실무자는 최소 A, B안을 제시하고 각 안은 명확한 의견으로 전달해야 한다.

 

일을 대한다는 태도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위험을 완전히 피한다기보다 위험을 항상 감수하고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구나. 리스크를 항상 피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어떻게 극복하고 헤쳐나가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복잡계는 어쩔 수 없다. 수업으로만 접하던 비즈니스 이야기를 직접 몸으로 겪고 들으니 신기했다. 

 

2번 내용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놓치기 쉽다. 첫 번째, 오늘 업무 내용을 정리해 메일로 전달하는 일이다.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설령 보고하지 않더라도 개인 업무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은 중요하다. 두 번째, 지각을 하지 않은 점이다. 간혹 예상치 못한 변수로 늦을 수도 있겠지만 출근 시간을 측정해 여유롭게 출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일은 중요하다. 대표님은 위 두 가지가 일을 대하는 태도로 비춰진다고 생각하셨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잘 지켰다고 칭찬해 주셨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 책을 재독했으면 어땠을까 탄식했다. 『일취월장 : 일을 잘 하기 위한 8가지 원리』 란 책이다. 2년 전 완벽한 공부법 일독에 이어 연달아 읽은 적이 있다. 그 당시는 학생이라서 그런지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무릎을 쳐가며 읽는다. 역시 재독은 나를 돌아보는 좋은 방법이다.

이를 테면,

1장 운
전반적인 내용과 태도, 통제가능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의 비율을 따지기. 즉, 운과 실력의 비율을 따져보는 것.

2장 사고
(통계적 사고) 2019년에 온라인광고 전문가과정 양성과정을 수강해서 필요성을 이미 체감하고 있었고 마지막 학기에 조사방법론을 수강하고 중요성을 느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자격증은 사회조사분석사 2급이다.

4장 혁신
(질보다 양) 대표님 말씀대로 전략 테스트의 양을 늘렸어야 했는데 통계적 데이터의 질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주로 신경을 썼다.

5장 전략
(저스트 두 잇) 마찬가지로 '전략=실행' 이었으나 실행으로 옮기는 양이 많지 않았다.

6장 조직
(자율성과 통제권) 인턴이라는 직위에 매몰되어 자율성과 통제권을 스스로 축소시켰다. 옭아맸다. 커뮤니케이션의 노이즈가 있던 점도 무시할 순 없지만 책의 내용을 이미 숙지한 상태였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책의 내용을 내 생활과 업무에 적용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후분석적이어서 다소 아쉽지만 맥락적 사고로 접근했을 때 현재 반성적 사고를 한다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시곗바늘이 벌써 오후 2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목으로 홀딱 넘긴 에스프레소처럼 시간도 금방 넘어갔다. 대표님과 나는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메리카노를 처음 마셨을 적이 떠올랐다.

스무 살, 첫 알바로 백화점 사은행사장에서 일했을 당시였다. 지독하게 쓴 바람에 시럽을 푹푹 짜넣어 먹었다. 하지만 어느새 쓴지도 모르고 아메리카노를 찾는다. 보리차 마시는 마냥 찾는다. 시럽처럼 달콤한 것은 진짜 쓴 맛을 가린다. 인생에서 고통은 피할 수 없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시작이고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다음 에스프레소는 어떤 맛으로 다가올까?

 


2020/07/13 - [서재] - 독서하는 뇌는 없다_『어떻게 읽을 것인가』_고영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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