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서재

이 계기가 나를 지원하는가, 지배하는가_『초집중』_니르 이얄, 줄리 리 지음

몽비, 2020. 8. 3. 10:45


 "왜 이렇게 무겁게 하고 다니냐."

스승님과 함께 라이딩을 하거나 출사를 나갈 때면 나는 스승님에게 위와 같은 꾸중을 듣곤 했다. 활동할 때는 가볍게 하고 다니라는 말씀이었다. 단순히 무거운 짐이 체력 소모를 앞당긴다는 뜻으로만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더 깊숙한 의미가 숨어 있었다.




체력 소모는 짜증과 불쾌함, 불편함으로 이어지고 결국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를 방해한다. '집중'하지 못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거운 짐은 함께 하는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들고 좋은 시간으로 남는 것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무리하게 싼 짐은 관계까지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집에 와서 확인해 보면, 챙겨갔던 물건에 비해 쓰지 않는 물건이 더 많았다.)

비단, 가방에 들어간 짐만을 이야기할 게 아니다. 현대인의 대부분은 디지털 기술 무거운 짐을 메고 있다. 스마트폰 갤러리에 쓸모없이 쌓여 있는 사진과 영상들, 바탕화면에 정리 안 된 폴더와 파일들, 쉴 새 없이 울리는 각종 알림이 실시간으로 우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기술을 스스로 판단해 도구로 이용하기보다 편리함에 기대고 있다보면 유희 수단이 되기 쉽다. 훗날 치우기 힘든 짐이 된다. 흔히 우리는 지하철에서 공허함을 잠재우기 위해 엄지손가락은 바삐 움직인다. 잠들기 전에 형광등은 끄기 쉬워도 스마트폰 불빛은 끄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 정리하지 않는 짐은 고치기 어려운 습관으로 자리잡는다.




우리는 유혹에 약한 걸까? 의지박약인 걸까? 아니다. 본래 우리는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불안은 부정편향과 더불어 우리의 생존을 돕기 위해 진화로 굳어진 기질이다. 목숨을 건지려면 경계해야 했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부정적인 기억은 더 오래 남았어야 했다. 인간의 이러한 심리적 기질은 안타깝게도 산업에 이용되고 있다. SNS가 대표사례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내부고발자이기 때문이다.




니르 이얄이라는 저자는 전작 「훅(Hooked) : 습관을 만드는 신상품 개발 모델」으로 이미 유명하다. 그는 인간의 행동을 요리하는 데에 능숙한 사람이다. 세계 최고의 성공을 구가하는 기업들이 매혹적인 상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은밀한 심리를 10년째 연구 중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레시피를 공유한다. SNS와 게임에 빠지게 만드는 심리를 선용해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딴짓'을 유발하는 뿌리 깊은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면서도 시간 관리, 과업, 기질 등 당연한 것들에 대해 재정의한다. 개인을 '초집중자'로 트레이닝할 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삶을 잘 돌볼 수 있도록 인도한다. 5부; 초집중 직장을 만드는 법과 6부; 아이를 초집중자로 키우는 법, 7부; 초집중 관계를 형성하는 법에 관한 내용으로 책을 덮는다. 저자의 내공도 훌륭하고 글솜씨가 번역으로 잘 반영되어 글맛이 살아있고 재밌다.

글이 너무 재미있고 내용이 흥미로워서 주말 반나절만에 다 읽어버려서 아쉽다. 실용서는 빠르게 읽힌다. 대신 나머지 내용은 내가 채워야 한다. 1부와 2부 내용 중 일부는 이미 데일리 리포트(DR)로 우연찮게 실행 중이었다. 3부는 책 내용과 스승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스마트폰과 PC 바탕화면을 싸악 정리했고 디지털 웰빙 기능으로 집중모드를 애용 중이다.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결정적 질문이 있다.

"이 계기가 나를 지원하는가, 지배하는가?"




사소한 알림 하나가 생산성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그리고 딴짓을 유발한다. 우리는 집중하고 몰입하기 위해서 정리해야 한다. 기억하자. 무겁고 쓸모없는 짐은 나를 방해하고 더 나아가 관계를 방해한다.

「신경 끄기의 기술의 저자 마크 맨슨과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가 추천사를 쓴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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