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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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계절을 머금은 카페, 스태픽스 (서촌, 사직로)

몽비, 2020. 11. 12. 19:47

서촌에 가면 경복궁역 주변만 둘러봤던 것 같다. 이번에도 역 근처에 있는 카페를 방문하려다가 조금 더 걸음을 옮겨 보기로 했다. 사직공원을 시작으로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가면 배화여고가 보인다. 고요한 동네였다. 사직공원에서 얼마 걷지 않았는데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수가 있구나. 충분히 걸어서 예열도 했겠다 앉을 곳을 찾았다. 가을인 만큼 주변이 트여 있고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스태픽스가 제격이었다.

 

아까 사직공원에서 올라 온 언덕 정상에 있다. 입구가 정면으로 보이지 않아서 자칫 지나칠 수 있다. "여기인가?"라고 생각이 들면 그곳이 스태픽스다. 담벼락 너머 거대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주말이라 이용객이 많다. 야외 좌석은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실내는 따듯한 만큼 사람이 붐빈다. 주문하는 사람, 대화하는 사람, 안내하는 사람, 온갖 소리가 가득해서 어지럽다. 바람이 제법 차가웠지만 주문을 위해 실내에 발을 딛여 보고 단번에 야외 좌석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스태픽스는 실내에 있으면 손해다. 그런데 야외 테라스를 이용하면 앉아 있기가 아깝다는 것이 문제다. 오후 2시의 햇볕이 굴뚝같이 솟은 은행나무에 부딪히고 나머지는 모래바닥에 뒹군다. 서로의 미소에 따스함이 묻는다. 동녘으로 서촌의 풍경이 펼쳐지고 북녘으로 북악산 봉우리가 솟아있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아른거려서 시간에 쫓기듯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다.

 

스태픽스 같은 카페가 또 어디있을까 싶다. 일찍 알았더라면 10월을 더욱 풍성하게 즐기지 않았을 성싶다. 후딱 지나가는 바람 꽁지따라 휙 달아나는 가을에게, 괜스레 화풀이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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