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카페

예술가가 되는 곳, 예와생 스튜디오 카페에서.

몽비, 2020. 11. 11. 19:21

2018.12.23.일.춘천여행_2018년 12월의 예와생
_


해가 따스함을 감출 무렵, 능선을 타고 내려와 예와생 스튜디오 카페에 도착했다. 땅거미가 지자 파란색 담장 너머 오드리 헵번의 미소는 더 밝게 빛난다. 현관에 들어서면 카페에 머물다 간 손님들의 따스한 미소가 스며든 사진이 뒤를 잇는다. 이내 고개를 돌리면 내 미소도 남길 수 있는 스튜디오가 보인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친절하다. 높이가 낮고 걸음이 편안하다. 계단 구석에 자리한 화분과 글귀를 마주하니 썩 차분해진다. 진정된 마음은 곧장 펼쳐지는 아름다운 카페에 요동친다. 뷰카메라와 RF카메라는 고개를 쑥 내밀어 인사하고 액자는 뒤에서 기웃거린다. 꽃들도 여기저기서 아는 체하고 반겨준다.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당신을 담아가시라고 입을 모아 속삭인다. 좌석과 좌석 사이는 적당한 여백과 우아한 오브제로 나뉘었다.


음료를 주문하고 의자에 몸을 맡겼다. 추위에 몸을 녹였다. 겨우 휴식을 취했는데, 별안간 중앙 테이블 드라이플라워 한 줌이 내 시선을 빼앗았다. 아름다운 시선에 휴식을 빼앗겼다. 드라이플라워 한 줌은 2층 카페 시선의 중심을 차지했다. 발걸음을 옮겨 주변을 둘러보면 공간이 나뉜 듯 확장하고, 각 좌석에서 화분을 바라보면 아름다움으로 수렴한다. 시선을 옮기는 사이사이에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이 빈자리를 채운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나에게 반가운 작품이 몇 보인다. 3층 옥상을 오르내리는 길에 유섭 카쉬의 인물 사진이 유독 눈에 띈다. 20세기 인물 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의 사진을 보면서 조금 생각에 잠긴다. 그는 인물의 성격을 예리하게 포착하기로 유명하다. 당시 그가 남긴 흑백사진을 감상하며 ‘나는 어떻게 도드라진 사람인가.’라고 스스로 물음을 던진다. 상념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예와생 카페는 모든 공간이 아틀리에 같다. 예술이 국경과 경계를 모르듯 예와생 내부는 카페임과 동시에 스튜디오인 기분이다. 공간은 필연 비어 있지만 채워진다. 예와생 스튜디오 카페는 예술로 반을 채운다. 나머지 반은 찾아오신 손님들의 몫이다. 다양한 대화와 추억으로 채워지는 중이다. 오늘 함께 방문한 친구들과 이곳에서 특별한 추억이자 작품 하나 만들고 간다.

이 공간에 들어선 모든 이가 손님이자 예술가다. 예와생, 즉 예술과 인생. 아, 그래서 절반은 오드리 헵번으로 나머지 반은 남겨져 있는 건가, 뒤늦게 카페 로고 의미를 깨닫는다.


감탄은 조금 미루기로 하고 주문한 음료를 마셨다. 말차 아인슈페너는 분위기에 어울려 부드럽고 달콤했다. 이것도 작품이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이 모인 자리라서 그런가, 한자리에 모여 빚은 즐거움이었기에 더 맛있었다. 카페 매니저 덕분이기도 하다. 현관을 나선 한참 후에도 여운이 남는 곳이었다.

 


사진은 대상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사진은 그 자체로 특별하지만 장소는 장식이 되어준다. 그냥 이곳은 아름답다 :) 1층 스튜디오에서 오늘을 다 같이 만든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을 찍어주신 사장님도 기쁘셨는지 LCD를 바라보시며 흐뭇해하신다. 답례를 해야겠다 싶어 사장님의 모습을 남겼다. 카페의 따듯한 인상을 사진 보정에 그대로 옮겼다. 춥다는 생각을 못한 하루다. 내일부터 다시 추위가 시작된다고 한다. 오늘의 감정이 식지 않도록 글을 남긴다. 바빠서 얘기 잘 못 나눈 친구에게 조금 긴 안부 인사이기도 하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