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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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기록하는 삶으로 접어 들어가며 | 슬로미(Slome)-길음, 성신여대 브런치 카페

몽비, 2024. 2. 25. 01:24

우연히 만난,
보금자리 같은 카페

최근 아리랑고개 근처에서 작업하는 날이 잦아졌다. 주차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공간도 아늑하고 넓은 슬로미(slome)라는 카페 덕분이다.

 

필자는 동료와 함께 <아는사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항상 감사하게도 동료가 연신내 혹은 부천에서 운전을 하고 이곳으로 와준다.
처음 이 카페를 오게 된 계기는 근처에 투썸을 갔다가 야박한 주차 지원시간 때문. 검색을 하다가 인근에 주차시간 제한이 없는 슬로미로 오게 된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아리랑고개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니?

 

 

길음역-성신여대입구 사이에 그저 버스 정류장 하나, 아리랑고개라는 이름을 제외하곤 적어도 나는 갈 데가 없다고 생각했다. 차를 잠시라도 세울 수 없는 서울의 거리... 급하게 지도앱을 켜서 뒤적이다가 슬로미에 불시착한다. 기대하지 않을 때 항상 보복이라도 하듯 한 방 먹는데, 내부가 드넓고 기분이 착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시장했는데 마침 브런치도 판매한다. 더할 나위 없는 곳이잖아..? (지도엔 양식집으로 분류 돼 있어 카페로써 이용해도 되나 우려했다.)

 

 

기록한다는 건,
나를 알아간다는 것

매일매일 메모하고 기록하는 삶은 쉽지 않다. 처음엔 적는 게 쉽지 않고 그 다음은 내 생각을 적는 게 쉽지 않고 또 글을 글답게 만드는 작업도, 공개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생각하고 적고 쓰고 말하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피상적으로 깨달은 게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중이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 화이팅!) 현재를 살며 일분 일초 지나가는 과거를 다시 뒤적거리고 생각과 느낀 점을 반추하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깊이 있는 사고를 하니까.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자습시간에 오늘 하루 배운 걸 복습하는 것과 똑같다. 시험을 못 볼 수가 없지!

 

그치만 습관으로 잡기까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만큼 뿌듯한 것도 사실이다. 슬로미 앞에서 공사 중인 빌라 앞 쌓여 있는 자재들과 폐기물을 보았다. 마치 글로 옮겨지지 않은 기록들이 쌓인 것처럼 보였다. 

 

 

<아는사람> 프로젝트는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빛나는 모습과 시절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좀 더 대중적인 표현으로 인터뷰다. 그렇기에 기록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쓴다. 사람공부도 하지만 기록공부도 필요하다! 삶의 속도가 중요하기보다 삶의 깊이가 중요함을 느낀다. 중간중간 강연이나 책, 영상으로 인풋을 틈틈이 챙기고 꾸준히 기록으로 남기는 중이다. 카페를 둘러 보다 가슴에 콕 박힌 문장이 있으니,

 

 

지겨운 출퇴근길 지옥철과 꽉 막힌 도로, 치열한 일상 사이. 비좁은 혈관 같은 하루여도 우리는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생각한다. 퇴근하고 친구와 나눈 이야기, 이동할 때마다 들었던 라디오, 이미지, 영상들이 그저 스쳐지나간다. 생산하는 삶이 아닌 소비하는 삶이 돼 버린다.

 

그렇게 10년 동안 찍은 사진이 순수하게 1TB가 넘어가버렸다... 내게 사진은 메모와 같다. 머릿속 상념이 스치는 순간 마침 마주한 현실의 어느 단면을 남기기 때문이다. 작은 화분을 들였는데 물도 안 주고 방치하는 꼴이다. 그래서 더욱이 내 삶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기록해 보려고 한다. 느린 발걸음으로 구경한 슬로미의 구석구석을 끝으로 이번 글의 매듭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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