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기록

분홍빛으로 물들어야만 봄이 아니잖아요

몽비, 2024. 2. 21. 17:59

 

▼ 산책하다가 함께 듣던 음악

 


봄이 오기 전에 봄을 보려는,
나의 겨울 루틴

2-3월쯤 봄을 앞둔 시기가 다가오면, 어김 없이 벚꽃나무 손끝을 살펴보러 사진 산책을 나섭니다. 강북구와 도봉구를 가르는 우이천의 가로수는 대부분이 벚꽃나무에요. 5월이면 벚꽃을 전부 떨어뜨리고 연두색 잎사귀를 더욱 무성히 하는데, 11월 늦가을이 되면 주변 친구 나무들도 낙엽을 거름삼을 때 우이천 벚나무는 쓸쓸하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매운 겨울 바람에 몸을 오돌오돌 떨다가 벌써 새해야 새삼 놀라며 우리우리 설날을 보내고 나면, 그런 모습도 잠시. 벚나무 나뭇가지의 손톱이 자라나 있어요. 언제 이렇게 준비했어~? 감탄이 절로 흐르죠. 

 

이름이 주는 특별함

우이천을 가까이 하면서 저도 모르게 자리잡힌 루틴입니다. 이밖에도 다른 동식물들을 지켜보고 관찰하고 이름을 알아갑니다. 이름은 특별함을 심어줘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가 이름을 아는 순간 기억에 자리잡기 시작하는 것처럼요. 벚나무뿐만 아니라 계절마다 피는 야생화들, 계절마다 드나드는 새들의 이름을 알아가곤해요. 가령, 사람 좋은 미소를 하고 있는 듯한 금계국, 첫째 둘째 형제들처럼 키가 다른 쇄백로, 중백로, 대백로 그리고 회색코트를 입고 배회하는 킹 아니 왜가리. 청동오리부터 원앙, 비오리 등 오리들도 제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죠. 역시 물이 흐르는 곳이라 주변 식생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이름이 있어요.

 

봄에 얽힌 추억

저는 평소 틈날 때나, 고민이 있거나 기쁨에 차오를 때도 우이천으로 걸음을 옮겼어요. 단순 하천이지만 저에게 만큼은 다양한 추억이 깃든 산책 코스이기도 합니다.
봄 하니까 회사에 막 입사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제가 4월 입사자였거든요. 그전까지 자격증 취득하랴 공부하랴 팀플하랴 참 힘들었던 기억이 같이 피어나는데, 마침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있는 나뭇가지가 보이네요. 그렇게 첫 입사 후에 다사다난했고 몸도 마음도 지쳤던 제 과거가 잘려나간 나뭇가지로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퇴사를 앞두고서 내가 지금 여기에 몸 담고 있는다고 스펙이 될까? 고민한 흔적도 보입니다. 봄이라고 비단 아름다운 기억만 있지는 않는 법이죠.

 

나만의 계절 찾기

저는 항상 부정에서 긍정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썼던 것 같습니다. 위로해 주고 싶네요. 이미 산책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온 걸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마음이 가닿기라도 하듯 이번 글을 작성하게 하지 않았다 싶어요. 겨울이 다들 아무것도 없는 부정의 계절이라면 봄은 모든 것이 피어나고 행복한 나날이죠. 자연의 사계절이랑 무관하게 사람마다 다른 계절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요? 봄이라고 모두가 좋아하지 않듯이요. 그래요. 우리는 각자 처한 환경에 따른 나만의 계절을 살고 있는 거죠. 아, 이게 사주에서 대운과 맞닿는 개념이네요 ㅎㅎ그래서 서로가 서로 다른 일상을 살아가며, 내 안부를 묻고 답하는 과정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기 좀 꾸준히 쓸 걸······. 완벽한 글을 써야 하는 강박이 글을 매듭짓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글쓰기, 말하기 자체가 나와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이해했다면 꾸준히 썼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도 틈틈이 메모하고 사진도 찍은 습관이 제 자신과 한걸음 한걸음 친하게 돕지 않았나 싶습니다.
타인과 사회가 만든 계절에 맞추거나 끌려가기보다 나와 친해지면서 나만의 계절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저는 겨울에서 봄을 찾으며 느낀 생각을 공유해봅니다. 의외로 봄은 가까이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영상(쇼츠)

유튜브 <사장학교>, 내가 이런 글을 썼다고?

https://youtube.com/shorts/-d40zitAR0s?si=mYuXCRIRA1TfKq9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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