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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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삶이 충만해지는 방법 (거인의 노트, 파서블, 김교수의 세 가지, 스터디코드, 이연)

몽비, 2024. 2. 16. 19:10

메모한다는 건 집중한다는 것

약 2주 전 『거인의 노트』를 읽기 시작하면서 메모습관을 들이기를 병행했다. 메모의 양도 늘렸지만 질도 높이려 애썼다. 책을 덮고 도무지 차기작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주저할 시간도 없이 『파서블』을 주문하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거인의 노트』 1부에서 이미 기록에 관한 핵심 내용을 모두 다뤘기에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소제목 하나, 파트 하나 읽을 때 마다 목차로 돌아가 요약하고 메모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를 스쳐간 책들이 떠올랐다. 당시에 한 권 한 권 독서하며 머릿속을 스쳐간 상념들, 내용을 모두 읽었을 때 느꼈던 뿌듯함, 황홀경, 충만함. 눈으로만 남고 머리로는 남지 않은 채로 보내버린 아쉬움을 느꼈다. 뭐, 이제부터 잘하면 되지!

 

메모는 이미 내게 친숙한 존재다. 군복무 시절 내 인생 전례 없는 독서량을 기록하면서 자연스레 메모가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훈련을 나가서도 차가운 화포 안에서 볼펜으로 끄적인 노트가 모아보니 네 권 정도 되는 것 같다. 다시 메모를 다시 체화시키는 과정에서 예전 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들어 흐뭇했다. 펜도 좋아하고 글씨 쓰는 행위 자체도 좋아하기에 다시 메모 습관을 몸에 착 붙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자연스럽게 SNS를 보는 시간이 줄어들고 내 삶을 구성하는 요소요소를 온전히 느끼고 집중하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 몸이 적응하느라 숨이 차고 몸이 힘들 듯 잠깐 우울감도 찾아왔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르겠다! 손가락으로 슥슥 넘기며 봤던 영상시청을 줄여서 도파민 부족일 수도(유력)! 조금 적응하면 수첩이 주변에 없는 게 불안하다.

 

'습관'을 생각하며 남긴 사진. 오랜 시간동안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모양이 잡힌 향나무의 모습을 담았다.

기록한다는 건 몰입한다는 것

기록은 유리공예와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날 것의 유리(인풋)를 용광로(나의 내부, 잠재력)에 달군 다음 굳히면서 모양을 만든다(기록, 글쓰기, 말하기). 지금 이렇게 키보드를 두들기며 글을 쓰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 머리와 가슴에 채워진 인풋들이 한데 모여 쏟아져 나오는 과정을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질문이 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처럼 기록도 생각을 하게 하면서 자연스레 몰입을 경험한다. 몰입은 생각력을 키워 종래에 과거를 재해석하고 현재를 살게 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그리도록 돕는다.

자신만의 기록법을 찾기

: 사진산책

자기만의 기록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실은 책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나에겐 반가운 내용이었다. 평소 산책을 즐기는데 그 무거운 DSLR도 꾸역꾸역 어깨에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근처에 있는 주변 하천을 주로 걷는다. 매일 걸으면 비슷한 풍경이라 지루하지 않냐고 물을 만도 하지만 매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산책을 하는 만큼 매번 새롭다. 물론 사계절마다 마주친 풍경과 마음도 다르다.
걸음을 옮기고 상념이 하나씩 스치는 순간마다 마주한 풍경은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남긴다.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다는 말을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만큼 오글거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맞는 말임을 인정한다. 이와 같이 걸음과 함께한 생각들은 사진첩 날짜와 키워드로 남는다. 나에게 사진산책은 일상기록이자 감정기록이기도 하다.

결국 글이 필요하다

사진=상념, 생각, 메모
글=기록, 메모의 완성

그러나 결국 사진도 메모에 불과하다.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생각을 했으며 최근 나는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등 내용을 엮지 않으면 끝내 휘발한다. 메시지가 되기 전에 이미지로만 존재한다. 마치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적지 않고 잊어버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사진의 최종 산물은 글이나 말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약 5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에도 사진을 업로드 하는 게 뜸해졌다. 사진을 올릴 때 제목이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만 사진을 올렸다. 말 그대로 글 없는 사진은 온라인에 게시하지 않았다. 가령, 사진 전시를 열더라도 캡션은 의도적으로 간추려도 최소한, 이미지를 현실로 구현한 사람 본인은 추상을 자기 언어로 구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록에 관한 내용을 접하면 접할수록.
그래서 앞으론 사진산책에서 얻은 키워드를 글로 인출하는 연습을 해보고자 한다.

몰입이 가져다 주는 충만감

앞서 몰입은 생각력을 키워 종래에 과거를 재해석하고 현재를 살게 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그리도록 돕는다고 했다. 이는 결국 삶의 충만감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통한다. 예측불가능 시대에서 거창하고 멀리 있는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오롯이 느끼고 점을 찍어 나만의 방향선을 찍어나가는 삶. 비단 오늘 했던 일과 시간만을 적는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감사한 점도 포함하는 기록이다. 하루하루 메모와 기록이 즐거움 행복감 충만감을 가져다 주는 덕에 오늘도 수첩에 메모하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

 

p.s. 역시 다들 일기를 쓰라는 이유가 있어! 

 

 

모든 사람의 삶은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_『데미안』

 


▼ 함께 볼만한 콘텐츠

1) <김교수의 세 가지>, youtube

https://youtu.be/Y3U9yV05JC4?si=XrAMRZhD0YdV7eLA

 

2) <스터디코드>, youtube

https://youtu.be/ipfflX8x184?si=fWaocnvZIk6P-L0U

 

3) <이연>, youtube

https://youtu.be/odcL0D5K7WU?si=zmJ5pA9gU9FvH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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