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대화하던 도중이었다. 순조롭게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러던 와중에 문득 내가 말이 길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여러 이야기를 예로 들어 맥락을 이어갔는데, 순간 경각심이 들었던 것이다. 상대방이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내 입만 신이났었다. 가령, 전공이 다른데 내 전공관련 개념을 드리댔던 식이다.
자신이 신이나서 하는 이야기 도중에는 타인을 배려하는 것조차 잘 잊어먹는다. 애초에 친한 친구라면 내가 상대를 잘 안다고 착각하기 일쑤다. 그런 자만심 혹은 착각은 대상이 누구든지 그 사람과 불화를 일으킨다. (그러나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곧바로 대화를 멈추고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친구는 이해했다며 괜찮다고 전해왔다. 그런데 나한테는 여전히 중요한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마침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김경일 교수님의 추천사 영상이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도록 봤다. 아, 어쩜 이리 시의 적절한가. 제목이 <타인의 해석>이라, 우리는 타인의 해석을 어떻게 여기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주장한 내용인 줄 알아서 썩 땡기지 않아 피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타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얘기해 보자는 뜻이었다. (영어 제목 : Talking to Strangers)
여하튼 우리의 확증편향은 다소 위험하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지식의 양이 많거나 사회적 권위가 높은 계층이 더 취약하다. 사람 사이의 일은 오직 이성적 사고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한 관계를 가진 상대방이라면 가능성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심리학에 이런 말이 있어요. 이성과 논리보다 더 힘이 센 게 감정이고요. 그리고 감정보다 더 힘이 강한 게 감각이에요."
"무엇을 근거로 상대방에 대한 나의 태도를 결정지을까, 그것은 바로 그 사람으로부터 받은 아주 사소한 감각적인 단서 때문이에요."
우리에게 익숙한 지식과 감정의 기저에 있는 감각을 탐구해 봄과 동시에
익숙한 관계를 두드려 점검해 보는 지금 이 경각심을 안고 독서에 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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