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전시

바람의 기별_설학영 작가님(@yes___terday)의 석사 학위 청구전_국민대학교

몽비, 2020. 10. 29. 12:00

 

설학영 작가님의 석사 청구전 작품 앞에서 또다시 내 기분을 살폈다. 사람을 흔드는 이 계절에 자신의 마음을 보살피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보다 흔들리는 대로, 그저 놓아주어야 할 때도 있다. 작품도 그런 마음으로 감상했다.

이윽고 작품에서 어느 한 편으로 기울어진 마음이 보였다. 해가 기운 모습, 나무가 기운 모습, 사람이 기운 모습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해가 기운 모습은 시간을 알려주고, 나무가 기운 모습은 성숙을 알려주고, 사람이 기운 모습은 추억을 알려준다. 기울어진 모습은 각별함으로 기억된다. 기억은 감정이 기울어진 모습이다.

사람의 기분처럼 우리 곁에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 있다. 바람이 그렇다. 바람은 누군가의 감정인 것처럼 살랑살랑 상냥하게 불 때도 있고 휘잉휘잉 모질게 굴 때도 있다. 바람이 내 주변을 흔든다. 바람은 해를 보채서 노을을 보여준다.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율동을 만든다. 바람은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 알고 보니 바람이 사람의 기분이 흔드는 것이었다. 어떤 기억이라도 늘 존재했던 바람은 다행히 입이 무겁다. 그래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나 보다. 각자의 바람만 존재할 뿐이다.

오후 3시가 넘어갈 무렵, 은행나무 잎이 더욱 노오랗게 물들었다. 나무는 흔들렸고 노을이 다가 오고 있었다. 바람이 이야기를 건네오려고 귓바퀴를 맴돈다. 그러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들었다. 잔잔한 바람이 느껴졌다. 이따금 아래 가사가 들려왔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추억이 들려주는 내용일까, 누군가의 바람이 흘러들어온 것일까.

오늘 불어오는 바람이 내게 알려준 내용이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