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의 비망록

정직하게 삶을 바라보고 부끄럼 없이 살아보려는 사내

전시

관계와 문양, 카페에서 특별한 사진 남기는 법_어제(@yes___terday) 작가님(설학영 작가님)의 전시_수유 카페 키치(Kitsch)

몽비, 2020. 10. 6. 23:59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_Robert Capa

_만약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_로버트 카파


초점거리 35mm 렌즈를 흔히 '카페 렌즈'라고 부른다. 건너편에 앉아 있는 상대와 배경을 자연스럽게 담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각과 비슷하다고 느낀 적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대부분 스마트폰 일반 카메라의 화각은 30mm 내외를 맴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카메라 화면에 익숙해서인지 특별함을 느끼기 쉽지 않다.

 

특별함은 오히려 한 발 다가설 때 찾아온다. 내가 보고 있는 장면 전체를 담는 것은 눈으로도 할 수 있다. 인상(impression)은 잘라 볼 때(crop)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 지점까지 잘라서 프레임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사진이 천차만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는 이를 '관계(relationship)'로 설명하고 싶다. 즉 초점거리로 인해 발생하는 화각(카메라에서 화면이 보여지는 정도, 각도)은 '관계 설정'의 범위다. 그래서 오히려 35mm보다 50mm 렌즈를 선호한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겠다. 피사체와 적당한 물리적 거리 유지, 편안한 원근감, 얕은 심도의 유리함, 왜곡 수차의 자유로움은 50mm 렌즈가 더욱 쉽게 발휘할 수 있다. 카페에서 특별한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한 발짝 다가서자.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두 엄지로 줌을 해보자.

전부 보여주는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다. 수많은 층위(layer)로 구성된 세상을 나만의 시선으로 가둬볼 때 비로소 나만의 사고(思考)가 깃든다.

 

여태까지 말한 내용은 단렌즈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 수 있다. 줌렌즈도 다르지 않다. 24-70mm 렌즈로 일상 촬영에 나선 이후에 EXIF 정보를 열람해 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왜곡을 의도하고 찍은 사진을 제외하고 대부분 50-70mm 사이를 맴돌았다. 24-70mm 초점거리를 가지는 렌즈를 표준 줌렌즈로 분류하지만, 나에게는 50-70mm 초점거리가 표준구간이다.

 

아래는 설학영 작가님의 오일파스텔 드로잉 작품이다. 구성과 배치, 레이아웃을 사진으로 재구성해봤다. 한 발 다가서니 관계와 문양이 눈에 들어선다. 작가님이 네모난 캔버스로 표현했다면, 나는 다시 네모난 프레임(사진)으로 재해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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