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와 녹음이 짙고 비도 좀 내리고 습해질 때 즈음이면, 스승님과 줄곧 연밭을 다녀왔다. 처음 연밭에 발을 디딘 적은 2015년 여름이다. 서울 촌놈인 나는 널찍하고 키 큰 녹색 연잎이 마냥 신기했다. 그 사이에서 연꽃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그 풍경은 내게 아주 생경했다. 보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곳이 있구나. 당시에 나는 사진에 무척 빠져서 생각을 거치기보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컷 수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 색 보정에도 맛이 들려 있던 참이었다. 스승님은 이미 익숙하신 듯 차분하게 산책하셨다. 가끔씩 찍은 사진을 보여주셨다. 깊이가 보였다. 단순히 깔끔한 프레이밍 덕분일까. 분명 그런 단순한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귀가하고 잽싸게 색 보정을 했다. 원하던 분..